사유하는 글쓰기들/글쓰기들 잉여

시인 이상과 식민지 근대 조선의 질병 폐결핵

Ritournelle 2024. 1. 19. 07:43

시인 이상은 스물 두살이 되던 해에 폐결핵을 앓고, 이 식민지 근대를 표상하는 질병인 폐결핵으로 앓다가 스물 여덟 되던 해 일본에서 사망한다.  

식민지 근대의 대표적 지식인이었던 이상과 식민지 근대의 대표 질병인 폐결핵. 이 둘간에 묘한 문학적, 지질학적 유비 관계가 형서된다.

시인 이상은 근대적인, 너무나 근대적인 질병이자 식민지의 질병인 폐결핵에 대한 공포와 삶의 좌절감을 자신의 시詩에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1. 이상, <병상 이후>, 『청색지』, 1939, 5, 권영민 편, 『이상 전집 4 수필』, 뿔, 2009, 303.

2. 이상, <진단診斷 0:1>, <건축무한육면각체>, 『조선과 건축』, 1932. 7. 26면.

3. 이상, <二十二年>, <건축무한육면각체>, 『조선과 건축』, 1932. 7. 26면; 권영민 편, 『이상 전집 1 시』, 뿔, 2009, 330~1.[각주:1]

4. 이상, <오감도 시제5호>, 『조선중앙일보』, 1934. 권영민 편, 『이상 전집 1 시』, 뿔, 2009, 54.[각주:2]

5. 이상, <행로>, <위독>, 『가톡닉청년』, 1936년 2월, 권영민 편, 『이상 전집 1 시』, 뿔, 2009, 115~6.[각주:3]

6. 이상, <오감도 시제9호>, 『조선중앙일보』, 1934. 8.

7. 아츰,  『조선중앙일보』, 『가톡닉청년』, 1936년 2월, 156면.

8. 이상, <內部>, 『조선일보』, 1936년 10월 9일.

이에 이상 연구의 권위자 권영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프로이트는 무엇 때문에 나르시시즘을 설명하기 위해 육체적 고통의 경험인 병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을까? [...] 그러므로 육체적 고통은 언제나 육체적인 자기 발견의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프로이트는 고통스러운 병을 체험하면서 육체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는 방식이야말로 자신의 육체에 대한 어떤 표상에 도달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리차드 빌하임, 『프로이트』, 민음사, 1987년 181~221면.)

이러한 프로이트의 논리를 전제할 경우, 이상의 시에서 발견되는 병의 고통과 그 기호적 표상은 이상 문학의 본질 영역에 속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각혈喀血의 이미지는 육체의 물질성에 대한 시적 인식의 지평을 열어 놓는다. 이 작품들은 때로는 육체의 물질성에 대한 추구 과정을 집요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물질성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이상의 시에서 그려지는 인간 육체는 정신적 가치라든지 사회적 이념을 벗어남으로써 육체에 관한 전통 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러한 육체의 물질성과 그 도구적 기능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이상이 추구하고자 했던 모디니티 문제의 중심 영역에 자리함으로써 중요한 시적 주제로 발전하고 있다."[권영민, 『이상 문학의 비밀 13』,민음사, 2012, 331.]

주석)

1) 2)와 3)은 <건축무한육면각체>에 포함된 시다. 그리고 이 시의 <익단불서 목대부도>라는 구절의 모티프가 되는 장자의 <산목편>도 참조. 

2) 이 시는 3)의 시 <二十二年>을 개작해서 발표한 것이다. 

3) 이 시는 3)의 시 <二十二年>을 개작해서 발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