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들의 포월경들/사회 과학

하버마스,『의사소통 행위이론』서론

Ritournelle 2020. 5. 7. 18:30

하버마스, 장춘익 역,『의사소통 행위이론』, 나남, 2006.

서론: 합리성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들

예비적 고찰: 사회학에서의 합리성 개념

의견과 행위의 합리성은 전통적으로 철학에서 다루어지는 주제이다. 철학적 사고란 인식과 언어, 행위에 구현된 이성을 성찰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철학의 근본주제는 이성이다. 철학은 처음부터 세계 전체를, 다양한 현상 속에서 통일성을, 이성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원리를 통해서 설명하고자 했다(33쪽).

사회과학 내에서 기본 개념들이 합리성 문제와 가장 긴밀하게 연관되는 학문은 사회학이다. [...] 사회학은 정치학과 경제학이 전문학문이 되는 길을 걸으면서 밀어낸 문제를 담당하는 학문으로 등장했다. 사회학의 주제는 구유럽적 구조를 갖는 사회에서 근대국가 체계의 등장과 시장을 통해 제어되는 경제체계의 분화를 통해 유발된 사회통합의 변화이다. 사회학은 무엇보다도 전통적 사회체계의 해체 및 근대적 사회체계의 형성에 수반하는 아노미적 측면을 다루는 제1의 위기학문이 된다(37~8쪽).

사회과학 분과학문들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학은 전체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관련을 유지했다. 사회학은 항상 또한 사회의 이론이었고, 그래서 다른 분과학문들처럼 합리화의 문제들을 밀어내거나 다른 문제로 바꾸어 버리는 일을, 혹은 작은 규모로 축소해버리는 이를 할 수 없었다.

첫째 이유는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에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것이다. 기본 기능들을 사회 하부체계 각각에 귀속시키는 것은 다음의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문화적 재생산, 사회통합, 사회화의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영역들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코 경제와 정치와 같은 행위영역에서의 상호작용처럼 전문화되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두 학문은 이익극대화의 문제나 혹은 정치 권력의 획득 및 사용의 문제와 관련해서 목적합리적 행위의 변주곡으로 정형화될수 있을, 비교적 윤곽이 분명하게 재단된 행위유형들에 자신을 한정하지 않는다. 이 두 학문은 사회적 행위 현상의 전체 스펙트럼과 대결한다. 이 두학문은 생활세계적 맥락에서의 일상적 실천을 다루며, 따라서 모든 형태의 상징적 행위태도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공동체와 문화에 대한 탐구는 경제 혹은 정치와 같은 부분체계에 대한 탐구와는 달리 사회과학의 기본 문제들과 생활세계 패러다임으로부터 쉽게 유리될 수 없다(38~9쪽).

사회학은 부르주아사회의 이론으로서 생겨난다. 사회학에 떨어진 소임은 부르주아사회 이전의 사회가 자본주의적 근대화를 거치는 과정과 거기서 발생하는 아노미 현상의 형태들을 분석하는 일이다. 메타이론적 차원에서 사회학은 근대적 생활세계의 합리성 증가에 초점을 맞춘 기본 개념들을 선택한다. 사회학의 고전적 사상가들은 거의 예외없이 행위이론을 세울 때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의 이행의 가장 중요한 측면들을 포착할 수 있도록 범주를 설정했다. 이에 상응해서 방법론적 차원에서는 상징적 대상들로 이루어진 객관영역에 대해 의미이해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문제가 다루어진다. 합리적 행위태도에 대한 이해가 모든 행위태도의 이해를 위한 기준점으로 된다(40쪽).